내가 이제껏 읽어봤던 책 중에 가장 공감이 되면서도 가장 공감이 안되고 어려운 책이었다. 사실 아직도 머릿속이 정리가 안돼서 내 감정을 어떻게 글로 표현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. 일단 나는 평소에 우울감을 거의 느끼지 않아 이 책의 저자보다는 저자와 상담을 해주었던 정신과의사의 입장에 더 몰입이 됐다. 그 예로 친구들 중 유달리 우울감이 짙고 나와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이 자신의 우울감과 대한 상담인 친구가 있다. 나도 생각이 깊지 않고 어리니 처음 상담을 해줄 때는 "괜찮아", "힘내", "곧 있으면 털고 이겨낼 거야" 등등 그 친구의 상황에 몰입하지 않고 진부하기 짝이없는 빈껍데기 말만 해줬다. 솔직히 말하면 그 친구의 말에 공감도 안 될 뿐더러 왜 저런 우울감에 시달리는지 이해를 못했었다.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나의 위로와 행동들이 오히려 그 친구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. 진부한 위로의 말 한마디 보다는 진심이 담긴 두드림 한 번이 감정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약이 된다는 것이었다. 그리고 정신과의사의 말 중에 "관계가 좁고 삼각형 같아서 마음을 많이 찌르겠지만, 팔각형보다 십육각형이 원에 더 가깝잖아요? 다양하고 깊은 관계가 많아질수록 원처럼 동그랗고 무뎌져서 마음을 덜 찌를 거예요. 괜찮아질 거예요."라는 말이 있었다. 이 구절을 읽으면서 진심어린 감탄이 나왔다. 사람의 마음을 말로써 치유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우울감이 없는 나의 감정에도 큰 울림을 주는 구절이었다. 그래서 유일하게 이 책에 책갈피를 해 놓은 부분이기도 했다. 그리고 나는 내 감정을 돌보기보다 남의 감정에 더 신경을 많이 쓰고 남에게 위로를 많이 해준다. 때문에 내 감정은 나도 모르게 무시하고 돌보지 않았던 것 같다.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인데. 남에게 보여지는 내 모습에 신경 쓰기보단 앞으로는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다짐했다. 책은 어려웠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만 끌려서 유튜브에 이 책을 검색해보니 책의 저자인 백세희작가의 인터뷰동영상이 나왔다. 그 영상을 보고 나서 당연하지만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 남들과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해서 우울감이 덜하고 남들과 더 안좋은 위치에 있다고 해서 우울감이 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. 우울감에는 무게를 잴 수도 없으며 내가 힘드면 힘든것이고 내가 우울하면 우울한 것이다. 힘들 땐 털어놓아야 하고 누군가 나에게 자신의 힘듦을 털어놓으면 진심을 다해 그 사람을 위로하고 공감해줄 것이다. 글에 쓴 것 외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무의식 중에 배운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. 책으로나마 "감정"에 대해서 배울 수 있어 감사하게 읽은 책이었다.